4집에 들어갈 곡을 다 썼습니다. (2024년 2월 말 기준)
‘다 썼다’는 말은 가사와 멜로디를 (그리고 대략의 구성을) 확정 지었다는 의미입니다. 별거 아닌것 같을 수도 있는데(실제로도 그렇고) 저희의 작업 순서를 생각하면 꽤 의미가 있습니다. 브로콜리너마저는 신곡을 공유할 때 데모 파일을 만들지 않고 직접 들려주는 전통과 문화?가 있거든요.
녹음실 들어가서 다른 악기를 레코딩 하는 중간에 가사를 쓰고 있는 아티스트의 모습이 우리에게는 익숙합니다. 실제로 시간을 생각하면 효율적이기도 하구요. (악기 레코딩 중에 본인이 연주를 하지 않으면 시간이 생기니까) 저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잘 안되더라구요.
가사가 없는 상태로 곡의 악보를 죽~써내려 갈 수 있다면 이후의 과정을 진행하면서 빈 자리를 계속 고민할 수 있지만, 악보를 기록하지 않는 저 같은 사람은 곡 자체가 완성이 되지 않아서 들려 줄 수도 없고 팀원과 공유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거죠.
물론 지금 생각하면 허밍으로 멜로디만 만들어서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만, 다 만들어지지 않은 곡을 공유할 수 있는가는 저에게 중요한 문제라서 그게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음표 보다는 글자가 중요하니까.
이렇게 쓰고 보니 그렇게 음악하는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그래서 이제는 약간의 수정이 있을 수는 있지만 다 끝났다는 것. 그래서 시원하고 섭섭하고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라는 기분입니다.
사실 아주 오래 물러서기를 반복 해 왔습니다. 22년에 발매한 ‘너를 업고’ 가 사실은 4집의 선공개 곡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끝없이 ‘일보 전진을 위한 2보 후퇴’ 를 반복 했던겁니다. (제가 좋아하는 캐치프레이즈 입니다. 붕가붕가레코드 2주년 기념 공연 제목이었나…) 발매일을 대략 정하면 자동적으로 뭔가 압박이 되어서 진행이 될 줄 알았지만 실패한 셈이죠.
그러나 이제는 뭐 편곡 작업만이 남았습니다. 사실 일부는 해 놓기도 했죠. 그 사이에 ‘다정한 말’ 이나 ‘너무 애쓰고 싶지 않아요’ 같은 노래는 라이브도 했었고. ‘너를 업고’ 는 어쨌든 선공개 했으니까… 하지만 그 과정이 어려운거죠. 이제 다들 나이도 있고 시간도 없고.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도 있지 않겠어요?
이번 앨범은 11곡 정도가 수록되게 됩니다. 제가 일 때문에(라디오 선곡) 신보 발매된 것을 많이 듣는데. 왠지 한 두곡만 나오는 것은 아쉽더라구요. 우리에게 몇번의 시간이 주어질 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좀 더 길게 이야기 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아직 4집도 끝나지 않았는데, 너무 먼 걱정이 아닐까 싶지만… |